영문학을 전공하지 않은 제가 영문학과 학생을 위한 공부 방법을 이야기하는 것이 어설프게 보여질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만나온 (순수 국내파) 영문학과 학생들을 통해 그들에게 좀 더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엿볼 수 있었으며 그것들을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영문학도의 미래
영문학과(영문학과, 실용영어과 등을 통칭하여)를 졸업하게 되면 어떤 직업을 갖게 될까요?
영문학 전공자는 타 전공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기업에 입사해 일할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영어 사용을 필요로 하는 일반 기업내의 해외 영업팀, 무역회사, 외국계 기업 등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일반 취업이 아닌 길도 생각해 볼 수 있는데, 통번역 대학원을 나와 통역사나 번역사가 되는 길도 생각해 볼 수 있으며, 가르치는데 흥미와 재능이 있다면 영어 강사의 길을 택할 수도 있습니다.
모든 것이 가까와지는 글로벌 세상에서 영문학 전공자가 할 수 있는 일들은 과히 적지 않습니다.
영문학도가 갖는 어려움
영문학 전공자는 분명, 일반 영어 학습자들보다 영어에 관심도 많고, 영어를 접할 기회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그들 역시 겪게 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1. 이해하는 영어와 사용하는 영어간의 차이
일반 학습자와 비교해 수준 차이는 있겠지만 영문학 전공자 역시 읽고 이해하는 영어에서는 뛰어난 실력을 보이는 반면, 말하거나 쓰는, 사용하는 영어에서는 그에 못 미치는 실력을 보이게 됩니다.
그도 그럴것이 고등학교 졸업 후 영문학 전공자가 되었다 해서 그때부터 갑자기 사용하는 영어를 잘하게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용하는 영어인 글쓰기와 말하기 중에서도 글쓰기는 시간을 들여 노력하면 조금씩 나아지는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영어 말하기에서는 글쓰기처럼 생각하고 말할 시간이 충분히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일반 학습자들이 느끼는 것과 같은 어려움을 느끼게 됩니다.
2. 영어 사용 기회를 접하기 어려움
요즘에는 원어민 영문학과 교수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학생 입장에서는 영어를 사용할 기회가 예전보다 많아진 것입니다.
그럼에도 그들이 학생 개개인을 위해 시간을 낼 수 없기 때문에 영문학과 학생들은 여전히 영어 사용 기회를 충분히 갖지 못하게 됩니다.
스스로 글을 쓰며 문장 만드는 훈련을 할 수 있지만, 한국인에게 더 필요한 음성(소리) 학습에서는 그 실전 훈련 기회가 아직도 모자란 것입니다.
3. 무엇을 학습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
자신의 진로를 어떻게 정하든 영어 학습에서 해야 하는 것은 정말 많습니다.
영문학도는 일반 영어 학습자들이 투자하는 노력보다 훨씬 많은 노력을 해야 하고 실제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한된 시간 속에서 정확히 무엇에 자신의 노력과 시간을 더 투자할지는 고민스런 부분이 됩니다.
정치, 경제, 사회 등에 걸친 수준 높은 단어를 익혀가야 할까요?
아니면 일상 대화의 유창함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할까요?
더 많은 원서를 읽어야 할까요?
아니면 미드를 더 많이 봐야 할까요?
이런 부분들은 일반 영어 학습자들이 느끼는 것처럼 영문학도들에게도 고민거리가 됩니다.
4. 주변에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많은 것에 대한 부담
영문학과 학생 중에는 외국에서 수 년간 살다온 학생들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은 순수 국내파 영문학도보다 말하기와 듣기에서 월등한 수준을 나타냅니다.
순수 국내파 영문학도는 종종 이들을 보며 부러움과 함께 때론 자괴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출발선상이 다르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영문학도를 위한 학습 방법 제안
그럼, 이같이 영문학도들이 겪게 되는 어려움 속에서 어떻게 하면 영문학도로서 영어 실력을 고루 향상시키고 아울러 보다 나은 미래를 설계할 수 있을까요?
1. 해당 분야에서 Top 이 되겠다는 마음가짐을 배양
Top 이라 함은 원어민같이 영어를 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러기도 어렵거니와 영문학도의 최대 강점은 한국인으로서 한국말을 완벽히 하면서 영어를 수준급으로 하는 것입니다.
그 강점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노력의 일환이 바로 "Top 이 되려는 마음"입니다.
이런 마음가짐은 자신을 좀 더 채찍질하게 만들며, 스스로에게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사용하게 만들 것입니다.
2. 남는 자투리 시간은 모두 영어 리스닝에 투자
영문학도에게도 필요한 "소리영어"의 시작은 리스닝입니다.
얼마나 리스닝을 해야 하느냐에 대한 명백한 답은 없지만, 최소한 하루 1~2시간은 리스닝에 노출되어야 합니다.
그나마 영어 학습 분야 중에서 가장 쉬운 리스닝은 관심 주제의 리스닝을 하며 영어의 리듬, 발음, 빠른 독해 능력, 영어적 사고 방식을 체득하게 해 줍니다.
걸어서 어딜 간다거나, 혼자 운동을 하거나, 대중 교통을 이용하는 등 남는 모든 시간은 리스닝에 투자되어야 합니다.
이와 같이 자신의 시간을 매우 효과적으로 사용해야 외국에서 살다온 학급 친구들과의 실력 차이를 조금씩 줄여갈 수 있을 것입니다.
3. 매일 영어 말하기
많은 학습자들이 갖게 되는 오해 중 하나는 스스로 문장을 익히면 나중에 저절로 나오게 된다는 것입니다.
영어로 말을 할 때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요소가 필요하게 됩니다.
1) 영어적 사고
2) 문장 구조
3) 단어, 표현
4) 문법
5) 관용 표현
6) 습관화된 영어 발음
이들이 빠른 시간내에 복합적으로 구성되어 소리를 통해 나와야 비로소 영어로 말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혼자서 영어 표현을 익히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고도화 훈련"이 되는 것입니다.
오랜 기간 영어를 가르쳐 왔음에도 영어로 말을 제대로 못하는 강사들이 있는 것은 그들이 실제 대화상(문맥속)에서 "고도화 훈련"을 해본 적이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영문학도로서 자신이 추구하는 길이 말하기와는 거리가 먼 번역가의 길이라 할 지라도, 그 언어를 평생 접하게 되는 학습자로서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말하기는 꼭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입니다.
게다가, 말하기 실력이 향상되면 영어적 사고 방식과 영어의 어감에 더 익숙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문제는 "어떻게 매일 영어로 말할 기회를 가질까?" 입니다.
아래 방법들을 골고루 사용하면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1) 학급 친구와 스터디 그룹 결성
스터디는 영어로 진행합니다. 이따금씩 원어민을 고용해 진행 내용에 대해 조언을 요청합니다. (시간당 4~6만원, 같이 분담)
2) 각종 영어 대화 모임 참여
영어 대화 모임에는 다양한 레벨의 학습자들이 참여할 수 있으므로, 자신에게 맞는 수준을 찾는 것도 중요합니다.
어느정도 영어 대화를 잘 한다면, 외국인과의 만남 사이트인 MeetUp.com 에서 자신의 취미 관련 모임에 참석할 수도 있습니다.
3) 학원 이용
원어민이 하는 수업이어야 하며, 교재를 설명하는 학원 보다는 자유롭게 대화를 할 수 있는 학원이 좋습니다.
교재를 통한 학습은 스스로도 할 수 있거니와, 이미 학교 수업을 통해 많이 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4) 언어 교환 친구 사귀기
Skype 을 통한 음성 통화도 가능하고, 이메일 교환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야말로 친구를 사귀는 것이기에 따분할 수 있는 영어 학습과는 다른 즐거움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5) 문장 만들기 프로그램 이용 EnglishPump
EnglishPump는 말하기 훈련의 보조 학습 교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질문에 답하며, 스스로 빨리 생각하고 빨리 문장을 만드는 훈련을 하게 되며,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도 체크할 수 있게 됩니다.
4. 영어 발음 학습 및 훈련하기
영문학 전공자로서 miscommunication 은 지속적으로 줄여가야 할 과제입니다.
이 miscommunication 은 여러가지 이유에서 발생할 수 있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발음이 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발음'이라 함은 단순히 알파벳이나 단어 발음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며, 강세, 억양, 음절 구분 등을 모두 포함한 것입니다.
발음이 좋아지면 명확한 의사 전달이 가능해지며, 말하기에서도 보다 유창함을 보일 수 있습니다.
그 원리를 점점 알아갈수록 리스닝 실력 역시 더 좋아집니다.
5. 사용 목적의 단어와 이해 목적의 단어 구분해 익히기
100만 개가 넘는 영어 단어를 모두 익힌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입니다.
그렇더라도 새로운 단어를 지속적으로 익혀가야 하는데, 사용 목적의 단어와 이해 목적의 단어를 구분해 익히는 것이 좋습니다.
사용 목적의 단어라면, 좀 더 시간을 들여 익히고, 예문과 유사어 등을 체크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Deep Learning 으로 익히게 되는 단어는 내가 말을 하거나 글을 쓸 때 사용할 수 있는 단어가 됩니다.
반대로 이해 목적의 단어는 글을 읽거나 할 때 대략 그 의미를 이해하는 단어를 말합니다.
새로운 단어를 접할 때, 그것이 사용 목적의 단어가 될지 이해 목적의 단어가 될지를 결정하는 방법은 아래와 같습니다.
- 영어 자료, 팟캐스트 등의 리스닝시 여러번 들어본 단어 -> 사용 목적의 단어
- 전문 분야의 책에서 처음 본 단어 -> 이해 목적의 단어
- 슬랭 -> 이해 목적의 단어(표현), 슬랭을 사용 목적으로 익혀도 되지만, 실제 한국에서 살며 슬랭을 사용할 기회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오히려 비슷한 의미를 전달하는 일반적인 표현을 사용하게 됩니다.
- 사전을 찾아봐도 그 의미가 명확하지 않은 단어 -> 이해 목적의 단어
- 원어민과의 대화에서 들은 단어 -> 원어민이 흔히 사용하는 단어이므로 사용 목적의 단어
맺음말
매일 많은 영어 문장을 접해야 하는 영문학도에게도 "소리영어"는 별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학습 분야입니다. 대학 4년의 학습 기간 동안 열심히 한다면 외국에서 수년간 생활한 정도에 준하는 실력은 쌓을 수 있습니다.
통, 번역가가 되든, 일반 기업에 입사하든 영어를 (기왕이면 수준급으로) 한다는 것은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그 가능성이 좀 더 현실화되고, 구체화되기 위해서는 Top 이 되려는 마음과 함께 위에 언급한 다양한 노력들이 수반되어야 합니다.
영문학도는 영어만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영어를 통해 세상에 공유된 유익한 정보를 얻고 아울러, 세상에 많은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그런 사람입니다.
본 글이 도움되기를 바랍니다.
Effort First, Then Metho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