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영어학습서 해석은 학습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의역으로 되어있습니다. 의역이 없으면 학습자는 어떻게 느낄까요? 의역이 영어학습에 올바른 방향일까요?
영어학습 시 직역과 의역
먼저 직역과 의역이 무엇인지 보겠습니다.
- 직역 : (단어, 표현의 기본 의미에 바탕을 두고) 단어별, 의미별로 영어문장 순서에 따라 해석
- 의역 : 영어문장을 자연스런 한국어 표현에 맞추어 해석
의역이 필요한 것은 한국 학습자가 빠르고 쉽게 의미를 이해하기 위함입니다.
영어는 구조적인 차이 뿐 아니라 우리와 다른 문화도 반영하고 있어 직역할 경우 학습자는 부담을 갖게 됩니다.
- 난 갖고 있어 / 없는 생각을 / 어떻게 / 그가 번역했는지 / 모든 그 문장을 / 한국어로 / 단지 몇 분 만에
위와 같은 직역이 있습니다. 대략 의미 파악은 가능하지만 일반적인 한국어 문장보다 낯설게 느껴집니다.
위 해석은 다음 문장을 직역한 것입니다.
- I have no idea how he translated all of the sentences into Korean in just a few minutes.
의역으로 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어떻게 그가 모든 문장을 한국어로 몇 분 만에 번역했는지 모르겠어.
의역은 분명 우리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보입니다.
이렇게 의역의 장점은 학습자가 영어문장을 빨리, 편안하게 이해하도록 돕는다는 것입니다.
의역의 문제점
당연한 관행처럼 수 십년 진행된 의역학습의 문제점이 있습니다.
원래 영어문장이 갖는 의미전달 방식(순서)을 바꿔 한국어에 맞추다 보니 영어학습에 중요한 의미덩어리(Chunk) 학습이 안 되는 것입니다.
"1,000개 기초 문장만 외우면 대부분 대화를 할 수 있다."
아예 틀린 이야기는 아닙니다. 각 문장에 여러 의미단위가 있을 것이고 그들을 잘 조합해 사용한다면 말할 수 있는 문장은 수 만 문장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의역은 의미단위로 영어표현을 익히기 어렵게 만듭니다. 한국어에 맞추어 가감하다 보니 원래 영어문장의 의미단위를 분리하기 어렵게 됩니다.
노력을 통해 1,000 문장을 외웠지만 사용할 수 있는 문장도 오직 1,000 문장입니다. 응용이 되지 않기에 딱 맞는 상황이 되어야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현실적으로는 1,000 문장 보다 훨씬 안 됩니다.
의역 문장을 이용한 실험
아래 예문은 인터넷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영문과 함께 오른쪽에 한국어 해석이 있습니다.
- She didn't mean it. 그녀는 일부러 그런게 아니에요.
- I didn't mean it. 난 일부러 그런게 아니에요. (고의가 아니었어요.)
- I can't wait to meet you. 어서 당신을 만나고 싶어요.
- I can't wait to go there. 어서 가고 싶어요.
처음 두 문장 해석에는 mean이 의미하는 "의미하다, 의도하다"의 해석이 없습니다. 다음 두 문장에는 wait이 의미하는 "기다리다"의 해석이 없습니다.
학습자는 적혀있는 그대로 익혔습니다. 며칠 후 영어대화 중 "그녀는 일부러 그런게 아니에요."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학습자는 어떻게 표현할까요?
대다수 학습자는 다음과 같이 표현할 것입니다.
- She didn't do it intentionally.
- She didn't do it on purpose.
- She didn't do it with intention.
대화를 이어가던 중 "어서 거기에 가고 싶어요."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이때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 I want to go there quickly.
- I want to go there soon.
이전에 익힌 She didn't mean it. 과 I can't wait to go there.는 어디로 숨은 것일까요? 이들을 영문 해석에만 이용하려고 익힌 것일까요?
이렇게 의역으로 영어문장을 익히면 이해는 하지만 사용하지 못하는 영어를 배우게 됩니다.
A(영어)가 B(한국어)라고 익혔는데 실제 대화에서는 A(익힌 영어)는 안 나오고 B(한국어 해석)와 유사한 C만 나오는 것입니다.
확장성 있는 영어를 익히는 방법
어떻게 영어문장을 익혀야 이해 뿐 아니라 사용 가능성을 높일까요? 어떤 방법이 확장성있는 영어를 익히는 방법일까요?
- 첫째, 의역은 상황(문맥)을 파악하는데만 이용합니다.
- 둘째, 주어진(이해된) 상황(문맥)에서 영어문장을 직역으로 익힙니다.
위 문장들을 다시 익혀 보겠습니다.
- She didn't mean it.
- 그녀는 일부러 그런게 아니에요.(문맥 파악)
- (익힐 때) 그녀는 그것을 의미하지 않았어요. or 그녀는 그것을 의도하지 않았어요.
- I didn't mean it.
- 난 일부러 그런게 아니에요.(문맥 파악)
- (익힐 때) 나는 그것을 의미하지 않았어요. or 나는 그것을 의도하지 않았어요.
- I can't wait to meet you.
- 어서 너를 만나고 싶네(문맥 파악)
- (익힐 때) 나는 기다릴 수 없어 / 너 만나는 것을.
- I can't wait to go there.
- 어서 가고 싶어요.(문맥 파악)
- (익힐 때) 나는 기다릴 수 없어 / 거기에 가는 것을.
한 가지 의문은, 어떻게 실전 대화에서 "I want to go there." 대신 "I can't wait to go there."를 쓸 수 있는 것일까요?
"I want to go there."로 표현해도 대부분 상황에서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점점 영어표현의 다양성을 늘려가야 하는데 필요한 부분은 의도적인 학습과 함께 영어 사용 환경으로의 노출을 늘리는 것입니다.
원어민과의 대화에 자주 참여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기대만큼 기회를 잡기 어려우면 다양한 학습자료(학습교재, 미드, 영화, 팟캐스트 등)를 통해 유사 환경을 접할 수 있습니다.
미드 주인공이 정황상 "나는 거기에 가고 싶어"라고 말할 것 같은데 "I can't wait to go there."라고 말하는 것을 보고 '아, 이런 상황에서 쓰면 좋겠구나.' 라고 인지하는 것입니다.
이런 노출이 증가하면서 결국 스스로도 그런 표현을 사용하게 됩니다.
영어문장 익히기 예
본 포스트 처음 문장을 익혀 보겠습니다.
- I have no idea how he translated all of the sentences into Korean in just a few minutes.
원어민이 했다면 그의 두뇌에는 다음과 같은 사고의 흐름(의미단위의 구성)이 진행될 것입니다.
- 난 어떤 생각도 갖고 있지 않아 / 어떻게 그가 번역했는지를 / 모든 문장을 한국어로 / 단지 몇 분 만에
- I have no idea.
- 나는 no idea 를 갖고 있어. 나는 어떤 생각도 갖고 있지 않아.
- how he translated
- 어떻게 그가 번역했는지를
- all the sentences into Korean
- 모든 문장들을 한국어로
- in just a few minutes
- 단지 몇 분 안에
응용해서 다음 문장을 만들어 보세요.
- 난 no idea를 갖고 있어 / 그가 어떻게 그것을 했는지(did it)
- 난 no idea를 갖고 있어 / 그녀가 무엇을 했는지
- 난 하나의 아이디어를 갖고 있어 / 그가 무엇을 번역했는지
.
.
.
.
- I have no idea how he did it.
- I have no idea what she did.
- I have an idea what he translated.
위에서 문장 내 의미덩어리들은 다른 형태로 어렵지 않게 응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맺음말
초급부터 상급에 이르는 학습과정은 1) 의역을 이용한 학습(학습 초기)->2) 직역을 이용한 학습->3) 영문만을 이용한 학습으로 볼 수 있습니다.
기초 단계라면 의역을 통해 부담을 줄이고 학습하는 것이 좋지만 최종 목표는 직역을 넘어 영문을 영문으로 학습하는 것입니다.
긴 과정을 보면 의역 학습자보다 직역 학습자가 더 빠른 실력 향상을 보이며, 직역 학습자보다 영어로만 학습한 학습자가 더 빠른 향상을 보입니다.
같은 학습시간이 주어질 때 외국에서 영어를 배운 학습자가 국내 학습자보다 나은 실력을 갖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국내에서 학습해도 직역을 잘 이용하면 더 나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Effort First, Then Metho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