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회화 칼럼

engineering

공대생의 영어회화 공부.. 시간낭비일까요?

별 비활성별 비활성별 비활성별 비활성별 비활성
 

현재 영어회화를 학습하는 사람들의 직업을 일일이 나열할 수 있을까요? 쉽지 않을 것입니다. 거의 모든 직종의 사람들이 개인의 목표에 따라 영어회화 학습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본 글은 한국과학기술인연합 웹사이트에 올려진 글입니다. 한 공대생의 질문과 저의 답변인데, 다른 공학도들에게도 도움이 될것으로 생각됩니다.

 

제목 : 공대생의 영어회화 공부.. 시간낭비일까요?

저는 전자전기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학부생입니다.

이제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취업준비생이 되었네요.

저는 진학보다는 학사로 취업을 할 계획입니다. 학사취업인 만큼 어느 직무에서 일하게 될지는 정말 예측할 수 없지만 어느 직무, 어느 분야로 취업을 하든 저는 해외의 주재원으로 일해보고 싶은 청사진을 항상 그려왔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항공사 기술직 직무로 입사하는 것이 하나의 희망입니다.)

다른 기업들은 모르겠지만 항공사는 기술직도 영어 능력에 대한 점을 가장 높게 본다고 알고 있고 그만큼 영어회화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꾸준히 회화공부를 해오고 있는데요.

꼭 이런 청사진 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영어회화에 대한 관심이 많아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미국에 잠시 연수를 갔다온 후 더 절실하게 느껴졌죠. 하지만 이런 회화공부를 하면서도 가장 고민이 되는 것이 있습니다.

"지금 영어회화 공부를 하는 것이 시간낭비는 아닐까?" "남들처럼 또 다른 스펙을 쌓기 위해 매진해야 하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들이 자주 머리를 스쳐지나가곤 합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영어나 학점, 기타 스펙 등 취업에 관한 어느 정도 스펙은 갖추어 놓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회화공부에 시간을 할애할 수 없었을 겁니다...ㅠ

이런 상황에서 과연 공대생이 영어회화 공부를 하는 것이 시간낭비일까요? 특히나 취업을 준비해야하는 가장 중요한 시기에 말이죠..

제가 너무 멀리 바라보거나 또는 너무 좁게 바라봐서 시간낭비를 하고 있는건 아닐까요..?

공부를 하면서도 제 스스로 믿음을 갖지 못하는 모습이 한심하기도 하지만...객관적으로도 입사후나 입살를 위해 영어회화능력이 별 메리트가 없다면 지금 영어회화 공부할 시간에 차라리 적성검사를 더 공부하는 것이 나을텐데요..

선배님들의 조언이 필요합니다...


[답변 글]

한국 과학기술인 연합이라는 사이트가 있는지 오늘 처음 알았는데요,
이 글에 답을 달기 위해 회원가입을 했습니다. 이 글을 보는 분들에게 어떤 면에서든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저는 KoreanEnglish.org 의 운영자입니다.

KoreanEnglish.org의 운영자이기 전에, 사회생활을 하는 직장인이고, 그 전에는 사업도 했었고요, 그 전에는 프로그래머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었습니다. 또 그 전에는 공학도로 대학을 졸업했고요. 졸업한지도 꽤 되었네요.

대학 졸업 전에는 구체적인 목적없이 영어를 잘하고, 시험성적(Toeic)을 받아 취업을 해보려는 마음에 어학연수를 다녀왔었고요. 어학연수 전의 기대와 어학연수 후의 실제 영어실력과는 차이가 크다는 것도 물론 느꼈고요.

평범하다면 그냥 평범한 회사원이지만 성격 때문인지 십수년의 사회생활 속에 많은 것을 보고 경험했던 것이 많은 직장인들과 조금 다르다면 다를 수 있겠네요.

대학졸업 전 1년의 어학연수는 여러가지 도움이(취업이든 그 이후든) 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유학생들 수준의 영어는 물론 아니었고요, 그 이후 바쁜 생활 속에 영어를 마음먹고 공부해 본 적은 거의 없었습니다. 30 초반인가 미드 리스닝 반을 1년을 넘게 다녔는데 (딱 일주일에 2~3번인 학원 수업만 들었었죠) 이후 남는 것은 거의 없었고요.

세월이 흘러, 흘러, 다시 영어를 붙잡기 시작한것은 30대 중반을 훌쩍 넘어서였습니다.

30대 중반이 넘었었고, 한 직장에 소속이 되어 있었으며, 와이프와 함께 두 자녀를 키우고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두 아이를 둔 30대 후반 가장의 바쁜 모습은 그 시기가 된 분들은 아마 잘 알것입니다. )

이후 4년이 흐르는 동안 나름 고생하며 영어공부를 해왔고요, 그런 과정속에 수많은 사람들을 봐 왔습니다. 그리고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영어를 위해 투자해야 하고(조단위의 시장을 형성하며), 그런데도 영어를 원하는 만큼 사용하는 사람은 없는지가 궁금했습니다.

네이버에서 영어학원, 영어회화학원과 같은 키워드를 치면 학원은 수도 없이 나옵니다. 십수년전에 비하면 학원들의 수준은 월등히 높아졌고요.

그런데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고, 실패하고, 좌절하고..

그래서 영어회화 카페 등도 많이 둘러보고, 영어를 잘하는 사람들도 찾아보고, 책도 보고 하며 적지 않은 시간을 보낸 것 같습니다. 훌륭한 온라인 리소스가 많고, 영어를 잘하는 사람도 많고, 마케팅에 뛰어난 영어학원도 많았지만 제 자신이 갖고 있는 의문점은 좀처럼 풀리지 않았고, 흔히 떠도는 정보들은 대부분 영어를 업으로 삼는 사람들의 조언이자 가르침이었습니다.

저같이 언제나 시간과 싸움을 하는 직장인에게 바른 방향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사람은 흔치 않았습니다. 이렇게 하면 영어를 잘한다, 저렇게 하면 영어를 잘한다고 이야기하는 인터넷 글에도 싫증이 날 즈음이었고요.

바로 KoreanEnglish.org를 오픈한 계기입니다.

서론이 길었다면 길었습니다. KoreanEnglish.org 를 홍보하는 글 같이 되버렸지만, 배경은 알려드려야 할듯 싶어서 이야기 했습니다.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공학도에게 영어..

저는 공학도에게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영어는 꼭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조건이 있습니다. 5년 이상은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단적으로 이야기하면 1년 이하의 영어 공부는 시험 성적용으로는 가치가 있지만, 영어의 혜택을 누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물론 1년이 2년이되고 2년이 3년이 되고 하겠죠.

중요한 것은 대학생이나 직장인이나 대부분 영어 공부를 계획할 때 1년을 넘기지 않는 것입니다. 안한 사람보다는 낫겠지만, 1년의 영어공부로 실제 사회생활에서 영어를 사용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물론 경우에 따라 예외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직장을 들어갈 때는 하나의 스펙, 이력서의 한 줄을 채우기 위해 어학연수를 다녀오는데, 실제 대부분의 회사(영어사용이 필요한 국내기업 및 글로벌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영어 수준은 1년의 어학연수나 공부로 얻을 수 있는 정도가 아닙니다.

거짓말을 보태 예상한다면 국내에서 영어공부를 하는 성인 중 99%가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수준까지 도달하지 못하고 중간에 영어공부를 그만두게 됩니다.

이렇게 저렇게 직장에 들어갔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다 보면 또 다시 영어의 갈증을 느끼게 되고, 대학시절보다 더 모자란 여가 시간을 활용해 영어를 공부하려고 노력하곤 합니다.

99%가 그 수준에 오르지 못한다? 바꿔 이야기하면 1%의 가능성입니다.

사람들에게 영어가 필요하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99% 실패의 가능성을 보고 있는 것이고, 수년의 노력에도 여전히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은 1%의 가능성을 보기 때문입니다.

1%의 가능성을 추구해야 하느냐, 마느냐는 개인의 삶의 목표와 연관되어 있습니다.

사실, 영어 못해도 잘먹고 잘사는 사람들 부지기수로 많습니다.

그런데 왜 영어를 해야 할까요?

두 가지입니다. 어떤 형태로든 자신이 사회 기득권층이라면 그 기득권을 유지하고, 사회를 좀 더 발전시키기 위해 해야 합니다. 비기득권층이라면 좀 더 경쟁력있는 자신을 만들기 위해 해야 합니다.


세상은 너무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그 흐름을 쫓아가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누군가는 분명 그 흐름속에 있고, 그 흐름의 방향을 바꾸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중소기업이 힘들어진 것은 최근 몇 년간의 일만은 아닙니다.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한국시장은 해외의 막강한 기술력과 자본력으로 조금씩 뺏겨 가고 있는데, 한국의 인재들은 아직 해외의 넓은 시장에서 세상과 경쟁하며 뛰는 사람들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다행이 우리에겐 삼성과 같은 앞서가는 기업이 있고, 뛰어난 인재들이 있으며, 한국인 고유의 뜨거운 열정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투지와 기술력을 전달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열리지 않는다면 무엇으로 넓은 세상과 소통할 수 있을까요?

글로벌 세상에서 더 경쟁력을 갖기 위해 한국이 필요로 하는 인재는 영어만 잘하는 인재가 아닙니다. 이미 영어를 잘하는 사람들은 많습니다. 조기유학을 떠나 어린 시절을 외국에서 보낸 사람, 관련 전공자, 통, 번역가, 영어 교육 관련 방송인 등.

한국이 필요로 하는 인재는 자신의 분야에서 새로운 길을 꾸준히 개척하고 얻은 결실을 넓은 세상에 알릴 수 있는 그런 인재입니다. 자신의 분야를 개척하는데 있어서 영어로 쓰여진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는 것은 언급할 필요도 없겠고요.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하기도 쉽지 않은데, 거기에 3년, 5년 아니 그 이상 걸릴지 모르는 영어 공부를 한다는 것.

결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매력적입니다.


글을 올리신 분의 이야기로 돌아와 보면,

어느 정도 취업을 위한 영어 성적은 얻으셨다고 했는데요,

그렇다면 지금이야말로 맘 편하게 영어를 공부할 수 있는 시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물론, 실용적인 용도의 영어겠지요. 그런데 동시에 취업을 한 이후의 모습도 미리 그려보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만약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본업에 정진하는 자신의 모습이 그려진다면 여가시간에 영어를 공부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영어에 투자할 시간을 다른 쪽에 투자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영어를 통해 삶의 변화와 기회를 얻고자 원한다면 그 과정은 최소한 수 년이 흘러야 합니다. 대학생에게도 쉽지 않고, 직장인에게는 더 쉽지 않으며, 한 가정의 가장이라면 더 쉽지 않습니다.

누구나 아는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사업 실패라는 쓰디쓴 경험을 했지만 동시에 많은 것을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영어는 다릅니다. 6개월 이후 중단할 영어라면 과감히 안해도 됩니다. 6개월 공부하고 그만두면 남는 것은 별로 없습니다. 그나마 익힌 것도 시간이 흐를수록 다 잊혀지게 됩니다. 실용영어 측면에서 볼 때, 한국어와 영어가 상당히 다르다 보니 이런 현상은 더 심하게 나타납니다. 학창시절 영어를 배워 나이가 들어서도 영어를 곧잘 하는 유럽인이 부러울 따름입니다.

만약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실용 영어를 위해 노력하기 시작한다면, 하루 최소 2시간~4시간씩, 3년 후, 5년 후의 보다 나은 자신의 모습을 그려보며 노력하시길 권해드립니다. 6개월이 흐르고, 1년이 흐르고, 2년이 흐르고. 99% 였던 영어 공부 실패의 가능성은 90%, 80%, 85%로 줄어들 것이고 아울러 영어를 통해 혜택을 얻을 가능성은 1%에서 5%, 10%, 15%도 점점 올라갈 것입니다.

저는 30 중반 이후 영어를 공부하기 시작해 이제 5년이 되고 있습니다. 물론 십수년전 어학연수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영어의 바닥부터 시작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인 영어 학습자들이 저를 보면 곧잘 한다고 생각할 것이고, 저보다 더 잘하는 사람이 보면 아직 많이 모자라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제 자신이 느끼기에도 아직 가야 할 길은 멀다고 생각하고요. 당연한 것이 그동안 직장에서는 본업을 해 왔으며, KoreanEnglish.org를 오픈했으며, 한 가정의 가장으로써 (잘하진 못했지만) 최소한의 임무(?)는 하면서 생활해 왔습니다. 하루에 여유로 가질 수 있는 최대한의 시간을 뽑아 노력해 왔지만, 영어관련 업종을 업으로 삼아 매일 영어를 접하는 사람들과는 차이가 날 수 밖에 없겠죠.

중요한 것은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제 자신의 모습을 봐 온 것이고, 1%의 가능성이 조금씩 커져 왔다는 것입니다.


한 시간이 넘게 답글을 썼네요.(얼른 미뤄진 일을 해야겠습니다)
정리할 시간도 없이 써서 전달하고자 하는 포인트가 전해질지 의문이지만, 이 글이 영어 학습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고, 님의 삶에 작은 도움이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글쓴이의 코멘트 :

싸이엔지에서 많은 조언을 얻어가지만 이렇게 긴 답변은 처음 받아보네요. 바쁘신 와중에 진심어린 조언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99%의 실패가능성을 보지말고 1%의 성공가능성을 보라..는 말씀 잘 새겨듣겠습니다. 사실 시험영어가 아닌 진짜 회화실력을 기르기 위한 영어를 공부한다는 것은 여러모로 힘든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특히 국내에서는요. 회화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한지 1년이 거즘 다되가고 있지만 중간중간 회화공부에 투자하는 것이 시간낭비는 아닐까라는 생각도 많이 가졌던것도 사실입니다..(시험영어같이 눈에 띄는 결과가 확연하게 보이지 않기때문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현재는 공학을 전공하고 있고 엔지니어가 될 계획이기 때문에 영어에 올인할 수는 없지만 엔지니어로서 기본적으로 갖춰야할 소양, 지식을 바탕으로 외국어능력을 키운다면 몇십년 후엔 분명히 제가 원하는 이상적인 모습으로서의 일을 하고 있지 않을까 라는 확신을 얻어갑니다. 조언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