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ETS(Educational Testing Service)에서 수년 전에 발표한 TOFEL 성적에 따르면, 한국은 163개국 중 81위를 차지했었고, 일본은 135위를 차지했었습니다. 이에 반해, 말레이시아와 함께 35위를 차지한 국가가 있었죠. 바로 필리핀입니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필리피노가 왜 영어를 잘하는지, 그리고 그것으로부터 한국의 영어 학습자가 어떤 점들을 배울 수 있는지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 Filipinos are natives of the Philippines.
필리핀 사람들을 필리피노라고 부르죠. (단수 : Filipino, 복수 : Filipinos)
필리핀 사람들이 우리와 밀접한 인연을 맺은 것은 언제일까요?
저의 짧은 역사 지식으로 필리핀이 한국 전쟁에 파병을 했다는 것 외에는 아는 게 없네요.
역사적, 정치적 관계를 떠나, 필리핀 사람들이 우리와 보다 가깝게 관계를 맺어온 것은 그들이 일자리를 위해 한국을 방문하면서부터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대부분 한국인들이 선호하지 않는 직종에서 일자리를 메워 왔는데요,
최근에는 다문화 가정이 늘면서 이들의 한국 체류 성격도 폭이 넓어지지 않나 생각됩니다.
이 같은 해외 취업 및 이주와 함께, 필리핀 사람들이 우리 일상에 보다 가까워진 것은 바로 "영어교육" 때문입니다.
"영어교육" 시장에서 필리피노가 인기를 끄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 저렴한 임금
- 비원어민 기준 전세계 최상위 순위의 영어 실력
- 한국과 차이가 크지 않은 시차(1시간)
이 밖에도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높은 한국에 대한 호감도, 비교적 근면한 생활 태도 등등.
최근 여러 사고로 인해 부정적인 면도 비춰지고 있지만, 위와 같은 이유들로 인해 영어 교육 측면에서는 그들이 강력한 자리매김을 해 오고 있습니다.
그러면 그들은 왜 영어를 잘하는 것일까요?
또 얼마나 잘하는 것일까요?
* 필리피노가 영어를 잘하는 이유
그들이 영어를 잘하는 이유 중 가장 큰 부분은 미국 점령(1898-1946) 이후부터 지속되어 온 영어에 대한 중요성 인식입니다.
이 같은 중요성 인식은 공공기관에서부터 개인에 이르기까지 "영어에 대한 노출"을 자연스럽게 일상으로 가져오기에 이르렀습니다.
공문서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거리 곳곳에는 영어 표지판을 볼 수 있고, 방송에서도 흔히 영어가 사용되고, 외국 컨텐츠도 자막 없이 그대로 노출이 되곤 합니다. 필리핀의 상위 대학에서는 모든 수업이 영어로 진행된다는 점도 그들이 생각하는 영어의 중요성을 엿보게 해 줍니다.
그들에게도 영어는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이지만, 영어를 받아들이는 방식은 우리나 일본이 학교 교과목으로만 한정 짓는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니다.
이런 모습들은 분명 정부 차원의 정책으로 인해 시작된 것이었지만, 시간이 흐르고 글로벌 마켓이 급속도로 오픈되면서 개인들에게도 커다란 영향을 끼쳐 왔습니다.
* 세계로 나가는 필리피노
필리피노는 대부분 사회에 나가기 전부터 해외 취업이나 외국계 기업 근무를 고려한다고 합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여전히 낮은 필리피노의 임금과 우수한 영어 사용 능력은 분명 외국 기업에서 선호할 만한 이유가 될 것입니다.
외국계 기업내 어떤 분야에서 일하느냐는 또 다른 이야기가 되겠지만, 외국계 기업의 필리핀 콜센터(인도 콜센터와 함께)가 인기를 끌게 된 것은 그와 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인터넷 탄생 이후 온라인 비즈니스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Working from home (재택근무) 현상도 급속도로 증가했으며, 영어를 잘하고 임금이 저렴한 필리피노는 세계 각국으로부터 일자리를 얻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기업이나 다른 개인(블로거)을 위해 글을 써주는 Ghost Writing 에서부터, 온라인 마케팅, 웹디자인, 프로그래밍, 고객관리 등 다양한 직종에서 그들의 능력을 펼치고 있습니다.
전화영어, 화상영어로 대표되는 한국의 영어교육 서비스도 그들에게 적지 않은 일자리를 주었죠.
* 그들의 영어 실력은 어느 정도인가?
당연하겠지만, 그들의 영어 실력도 개인의 노력과 사회적 위치, 근무 환경 등에 따라 적지 않은 차이를 보입니다.
우수한 성장 배경과 사회적 영향력을 갖고 있는 개인이라면 영어 실력 역시 상당 수준에 이를 것입니다.
평균적으로 본다면, 필리핀에서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라면 미국으로 이주하더라도 당장에 큰 어려움 없이 살 것이라는 예측이 있습니다.
미국 이민을 고려하는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이 다른 문제들 못지 않게 영어 때문에 고민하는 것을 비교한다면 그들의 수준은 꽤 높은 것이죠.
다른 한편으로, 예전에 본 온라인 글에서 다음과 같은 미국인의 의견도 있었습니다.
"우리(미국인)도 일상에서 문법적 오류, 단어 선별의 오류 등을 종종 범하지만, 필리핀 강사들이 범하는 그런 오류는 범하지 않는다. 이것은 그들을 비난하려는 것이 아니고, 원어민으로 영어를 쓰지 않는 사람들의 한계를 이야기하려는 것이다."
사실, 필리핀 영어 강사들이 작성하는 영어 글을 보거나, 대화를 들어 보면 문법적 오류는 어렵지 않게 발견됩니다.
하지만, 그런 문법적 오류를 놓고 그들의 강사 자질을 이야기하는 것은 영어 학습 과정을 잘못 이해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되도록 오류를 범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강사라면 더욱 훌륭한 강사이겠지만, 현재 그들의 영어 수준으로도 대부분의 학습자에게 충분히 도움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들이 영어를 학교에서 뿐 아니라 일상에서 접하며 익혀왔다는 사실 역시 시험 영어에 익숙한 우리에게 귀감이 될만 합니다.
그렇다면, 필리피노의 영어 사용 환경과 그들의 글로벌 무대 활약을 통해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요?
* 그들로부터 배울 수 있는 점
1. 국가 경쟁력 영어와 관련 있다.
"영어는 의사소통의 툴일 뿐이다!?"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입니다.
이 문구가 전하고자 하는 의미는 충분히 이해합니다. 영어를 너무 부담스럽게 생각하지 말자는 것이지요.
하지만, 쇠덩이를 갖고 있다고 해서 그것이 도구로써 기능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자르고 갈고 다듬어 칼을 만들어야 제대로 된 기능을 할 수 있습니다.
또, 자르고 두드리고 해야 망치가 될 수도 있습니다.
영어는 분명 하나의 의사소통 툴이지만, 그 의사소통 툴을 갖지 못했을 때는 남들이 갖는 경쟁력을 갖지 못하게 됩니다.
한 개인이 영어를 잘하게 된다 해서 그 개인이 속한 기업이 갑자기 바뀌고 사회가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한 명으로부터 시작해 100명, 1000명, 10000 명이 영어를 잘하게 될 때는 기업이 바뀔 수 있고, 사회가 바뀔 수 있으며, 국가 역시 보다 바람직한 모습을 꿈꿀 수 있게 됩니다.
잠시 저의 이야기를 곁들이면,
저는 영어를 배운 시간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직장 생활과 사업을 하며 보냈습니다.
그 동안 가졌던 직업의 종류도 다양한 편이었고요.
프로그래머로 사회 생활을 시작해, 마케터, 경영자, 팀 리더, 영업 관리자 등.
어찌 보면, 어느 한 쪽에 정착하지 못하는 모습으로 17년의 사회생활을 했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그랬기에 다양한 분야를 꿈꾸고,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영어 학습자들에게 조언과 컨설팅을 해 왔습니다.
그런데 영어를 다시 배우기 시작하고 영어에 더 익숙해지면서 그 동안의 경력을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영어를 잘 했었다면, 그 동안 일해 왔던 각 분야에서 더 큰 성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깨닫게 되었죠.
프로그래머로서 영어를 잘했으면, 보다 깊이 있게 프로그래밍 세상으로 들어갈 수 있었을 것이고, 코딩 중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도 해외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더 빨리 해결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또, 해외에서 일하며 글로벌 인재들과 경쟁했을지도 모릅니다.
마케터로서도, 글로벌 시장의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배워 국내 시장에 테스트하고 보다 최적안을 찾아갈 수 있었을 것입니다.
경영자로서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 동안 팟캐스트를 통해 접하게 된 글로벌 리더들의 비즈니스 전략과 아이디어들은 보다 나은 방향으로 사업을 이끌어 갔을 것입니다.
업무 분야, 기업 내 위치가 어떤 것이든 글로벌 시장(영어 컨텐츠)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것은 생각보다 크고 강력합니다.
그것이 개인에게 보탬이 되고, 그런 개인이 기업에 늘어나고, 그런 기업이 사회에 늘어갈 땐 국가 경쟁력 역시 강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2. 영어가 일상으로 들어올 때 영어는 힘을 발휘한다.
"영어가 일상으로 들어와야 한다" 고 말하는 것은 영어학습 시간 증가를 의미하는 동시에, 대부분의 학습자들이 기대하는 것과는 반대의 조언이 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학습자들은 하루 30분, 하루 1시간만 공부해서 일정 수준에 오르기를 원하지, 일상에서 지속적으로 영어에 노출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흥미로운 사실이 있습니다.
"하루 20분의 매직 영어학습"을 주장하는 사람들 역시, 한국에서 혹은 외국에서 영어를 일상과 함께 상당 시간 익혀왔다는 것입니다.
영어를 일상에서 익혀야 보다 빨리, 효과적으로 실력 향상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은 불변의 진리지만, 영어 학습자들에게 이보다 재미없는 홍보 문구는 없을 것입니다.
"영어는 일상에서 배워야 합니다. 그러니 우리 앱을 통해 하루 4시간씩 공부하세요!"
"일상"과 "4시간"이라는 단어, 재미없네요, 그렇죠?
3. 영어 노출의 힘, 생각보다 크다.
우리가 '공부'라는 단어를 좋아하는 것은 그것이 투자라는 생각 때문이다.
코리안 잉글리쉬 전반에 걸쳐 주로 "학습"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습니다.
"영어학습"은 "영어공부"와 "영어 노출"로 볼 수 있습니다.
"노출"만 된다 해서 영어 실력이 지속적으로 향상되는 것도 아니며, "영어공부"만 한다고 해서 실력이 향상되는 것도 아닙니다.
영어 실력은 1) 명확하게 아는 영어 지식(단어, 문법 규칙, 표현)과 2) 그럴 것 같은 느낌의 조합이다.
한국어의 원어민이지만 우리도 명확하게 설명 못하는 표현을 사용할 때가 많죠.
그렇게 사용해 왔기 때문이고, 머리속에는 "그럴 것 같은 느낌"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영어 실력을 늘리기 위해서는 "영어 공부"를 통해 "명확하게 아는 지식"을 늘려가야 하고, 아울러 "노출"을 통해 "그럴 것 같은 영어의 감"을 늘려야 합니다.
이 두 가지가 함께 진행되어야 영어 실력의 두 국면 "정확성"과 "유창함"을 얻게 됩니다.
필리피노들의 영어 노출 시간은 상당합니다. 그 노출 시간은 "영어의 감"을 갖게 해 주고, "유창함"을 얻게 해 줍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영어 공부"가 함께 할 때, "영어 노출"의 힘은 상당히 큰 것입니다.
4. 보다 긍정적인 결과를 제시할 수 있는 영어 교육이 되어야 한다.
오래 전, 싱가폴 사람에게서 들은 말이 있었습니다.
자신이 어릴 적에,
"집에서는 중국어를 쓰는데, 왜 학교에서는 영어를 배우고 계속 영어를 써야 하지?"
라는 의문을 가졌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성인이 되어서는 왜 그래야 했는지 이유를 실감하게 되었으며, 오히려 그 과정을 감사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영어 교육에 있어서는 공교육이나 사교육이나 바로 앞의 결과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지금까지의 현실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장기적으로 개인에게 도움되고, 사회적으로 도움이 되려면 좀 더 미래를 바라볼 수 있는 방향 제시와 긍정적인 결과 제시가 필요할 것입니다.
토익 점수가 토익 점수로 끝나서는 안되며, 그 과정이 다음 단계로 발전해 갈 수 있는 방향 제시가 필요할 것입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왕초보부터 다시 영어 회화를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기초 회화 실력은 갖고 있는 상태에서 다음 단계로의 발전을 모색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이 필요할 것입니다.
5. 수 년의 노력이 평생 동안 열매를 맺는다.
요즘엔 "주산"을 배우는 사람들이 많지 않죠.
저의 초등학교 시절엔 "주산" 학원이 꽤 인기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때 배웠던 "주산"이 영어 학습과도 비슷한 느낌이 듭니다.
가물가물한 기억을 잠시 되짚어 보면,
약 2년 정도의 기간에 "주산 1단"의 실력에 올랐습니다.
주산 1단은 1,000만 단위 정도의 계산을 주판으로 할 수 있는 정도였는데, 함께 훈련하는 것은 주판 없이 두뇌로 하는 "암산"이었습니다.
"암산"을 할 때는 약 10만 단위가 가능했었으며, 그 단위가 낮아질수록 더 정확한 계산이 가능했죠. 1,000단위나 100단위라면 상당히 빠른 시간에 "암산"이 가능했고요.
초등학교 시절 배웠던 이 주산 실력은 꽤 오래 지속되었는데, 특히 주판 없이 하는 "암산"은 일상에서 너무 유용했습니다.
친구들에게 빠르게 숫자를 부르라고 하고 그것을 암산으로 맞추는 게임을 할 정도였었죠.
그리고 중학교에서 IQ 테스트를 받았습니다.
IQ 테스트에는 도형과 관련된 문제들도 있었고, 숫자 계산 문제들도 있었습니다.
사실 그러면 안 되는데 숫자 계산을 너무 빨리 하다 보니, 다른 섹션에서 못했던 부분을 다시 들추어 마무리를 했었습니다. (* 예전 토익 시험 준비에서 이런 Tip 을 강사로부터 전해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후,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정확한 수치는 받지 못했지만 다음과 같은 말을 듣게 되죠.
"너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훌륭한 머리를 갖고 있어. 그러니 너의 잠재력을 살려봐."
암산과 Cheating . . .
평범한 저의 머리를 IQ 가 높은 아이로 탈바꿈 시켰죠.
그 때의 암산 실력은 중학교 전 과정, 그리고 고등학교, 심지어 대학때까지도 지속되었습니다.
수학 시험에서도 많은 도움이 되었고요.
지금은 100단위 암산도 숨이 차오르고, 그나마 10단위 정도를 하는 수준으로 하락했습니다.
어쨌든, 30여년 전에 배웠던 기술이 이렇게 오랫동안 도움이 된 것입니다.
"영어"가 그런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보다 유용하게 갈고 닦아야 하겠지만, 수 년의 노력이 어떤 모습으로 우리 삶에 도움될 지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습니다.
명백한 것은 분명 값진 결과로 되돌아 올 것이라는 점입니다.
맺음말
얼큰한 찌게, 매콤한 불닭, 붉은 악마, , ,
우리는 화끈한 열정을 갖고 있는 민족입니다!
서양 사람들처럼 즐기는 열정은 아니지만, 그보다 강한 열정을 마음속에 갖고 있습니다.
거기에 항상 노력하는 성실함과 근면함도 갖고 있죠.
필리피노의 영어 실력을 이야기했지만, 우리는 그들보다 많은 것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다만, 우리가 영어 실력까지 갖춘다면 내재된 잠재력을 더 화끈하게 세상에 보여줄 수 있을 것입니다.
시작은 작게, 꿈은 크게
시작은 여러분, 개인으로부터 나오는 것입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의 목표를 이루어 갈 때, 기업과 사회와 국가가 아울러 발전할 것입니다.
본 포스트를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ffort First, Then Metho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