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리딩(Reading)이 전체 영어학습에 도움되는 것은 분명합니다. 다양한 어휘를 접하게 해주고 영어 문장 구조에 익숙해지게 하며 문맥(이야기) 속에서 영어 표현을 접하게 해줍니다.
문제는 리스닝 없이 리딩만 하는 경우입니다. 이론적인 영어실력은 향상되지만 실용적인 측면에서는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합니다.
본 포스트를 통해 리스닝이 어떻게 리딩을 돕는지 보고 영어 리스닝의 중요성을 다시 새겨보겠습니다.
* 영어 리스닝과 영어 리딩이 다른 점
1. 소리 기반 vs 글자 기반
리스닝은 소리 기반입니다. 리스닝을 해보지 않은 학습자가 리스닝을 통해 문맥을 이해할 확률은 꽤 낮습니다.
리딩은 글자 기반입니다. 소리로 듣는 대신 눈으로 보며 이해하게 됩니다. 학습 단계에 따라 다르지만 아는 단어, 표현이 있다면 그들을 눈으로 보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2. 이해를 위한 해석 순서의 차이
실전 리스닝에서는 못 들었어도 되돌아 갈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상대방에게 다시 물어보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죠.
이것이 학습자에게 큰 부담으로 여겨집니다. 상대방에게 다시 물을 수 있지만 계속된다면 대화 진행이 어려워질 것입니다.
리스닝 훈련 시에는 되돌려 다시 듣기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영어의 소리를 반복해 듣는 것일 뿐, 문장 전체를 눈으로 보듯 세밀히 감지하기가 어렵습니다. 긴 문장일 경우에는 더 그렇죠.
리딩에서는 이해되지 않는 부분을 앞, 뒤를 오가며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영어 문장을 한국어로 바꾸어 이해하기 위함인데 그런 "의역"이 학습자에게 편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영어식 사고, 영어 문장 구조와는 다른 형태입니다.
3. 리듬이 있고 없음의 차이
언어는 그 언어만의 리듬이 있는데 다른 언어에 비해 한국어의 리듬은 단조로운 편이며 영어 리듬은 그보다 다이내믹합니다.
영어가 다이내믹한 리듬을 갖는 것은 한국 학습자 입장에서 리스닝이 더 어렵게 느껴지는 원인이 됩니다.
반면, 글자로 보는 리딩에는 리듬이 없다 보니 더 편하게 느껴지곤 합니다.
4. 의미에 따른 길이, 글자에 따른 길이
원어민들은 대화시 의미 단위별로 표현하게 됩니다. 그런 의미 단위 속에 비교적 덜 중요한 기능어(전치사, 관사 등)들은 발음이 약해지거나 다른 발음에 연결되어 변형되기도 합니다.(연음)
게다가, 원어민들은 일상에서 자주 사용되는 표현을 축약시켜 더 빠르게 표현합니다. 의미에 따라, 표현의 익숙함에 따라 소요되는 시간이 달라지게 됩니다.
글자로 보는 리딩에서는 기능어나 핵심 단어나 동등한 자격을 갖게 됩니다. 리스닝처럼 안 들리거나 축약되는 단어가 없다 보니 학습자 입장에서 비교적 쉽게 느껴집니다.
* 학습자가 영어 리딩에서 얻고자 하는 것
학습자가 영어 리딩을 지속하며 얻고자 하는 것은 전반적인 영어실력 향상일 것입니다. 리딩 실력 뿐 아니라 리스닝 실력, 스피킹 실력까지 향상시켜 주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위에 언급되었듯이 리딩이 갖는 특성으로 인해 그것이 모든 영어학습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진 못합니다. 반대로 리스닝이 리딩 실력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리딩만 한다면 리스닝 실력을 키우기 어려운 반면, 리스닝만 하는 경우에는 리딩 실력을 어느 정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물론, 두 학습이 함께 진행될 때 가장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렇다면, 리스닝이 어떻게 리딩을 도울 수 있을까요?
* 리스닝이 리딩에 도움되는 이유
1. 영어식 사고 방식에 지속적으로 노출
학습 경험이 많지 않은 학습자들이 영어 리딩시 갖는 공통된 습관이 있습니다. 영어 문장을 보며 완전한 한국어 해석을 만들려고 하는 것입니다.
완전한 한국어 해석이 되어야 제대로 해석된 것 같고 그래야 다음 문장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느끼곤 합니다. 하지만 이 같은 해석은 학습을 지속하면서 바뀌게 됩니다.
흔히 말하는 "직독직해"로 가는 것입니다.
"직독직해"를 위해서는 여러 요소가 학습되어야 합니다. 그 중 하나는 영어식 사고 방식에 익숙해지는 것입니다.
리스닝을 지속하다 보면 앞, 뒤를 오가는 해석을 할 수 없다 보니 지속적으로 영어식 사고에 노출됩니다. 그러면서 영어 문장 그대로, 순차적으로 의미를 파악하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이렇게 영어식 사고 방식에 익숙해지면 리딩에서도 왔다 갔다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문장을 해석할 수 있게 됩니다.
"직독직해" 훈련이 되는 것이죠.
2. 자주 쓰이는 표현의 빠른 이해
'리스닝을 잘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잘하는 것일까?'
리스닝 훈련이 지속될수록 두뇌에서는 한국어 변환 대신 느낌으로 의미를 파악해가게 됩니다.
느낌으로 의미를 파악한다!? 이런 표현이 있습니다.
She's going to be able to do it.
초급 학습자는 다음과 같이 해석을 하게 됩니다.
그녀가 ~할 것이다 (be going to) / ~할 수 있다 (be able to) / 그것을 하다 (do it)
이런 조각, 조각이 합쳐져 "그녀가 그것을 할 수 있을 거야" 라는 깔끔한 한국어 해석이 가능합니다.
상급 학습자의 두뇌에서는 위 표현을 어떻게 해석하게 될까요?
그것은 한국어에 깔끔하게 맞춘 해석이 아니라 느낌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녀가 미래에 그것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느낌.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는 명확히 두뇌에 들어오지만 그것은 한국어 해석이 아닌 느낌입니다.
be going to 도 자주 사용되고, be going to be able to 역시 자주 사용됩니다. 이렇게 흔히 사용되는 표현은 원어민의 입에서 약 1~2초에 나오게 됩니다.
1~2초 내에 완전한 한국어 해석을 만들기는 쉽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런 느낌을 이해하고 다음으로 넘어가야 놓치지 않고 리스닝을 쫓아가게 됩니다.
리스닝에서는 이렇게 자주 사용되는 표현을 순간적으로 이해하게 훈련시킵니다.
그렇게 훈련된 표현을 영어 리딩에서 본다면 6개 단어인 be going to be able to 는 눈으로 스윽 스치며 넘어갈 수 있는 것입니다.
3. 리딩도 소리 학습이 가능하게 만듦
"원서를 소리 내어 읽어야 한다." 는 조언은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는데, 한 발 더 나아가 "지속적인 리스닝 훈련과 함께 원서를 소리내 읽어야 합니다."
원서를 혼자 읽으며 영어 리듬을 배우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그것은 신곡 가사만 보여주고 노래를 불러보라고 하는 것과 같습니다.
언어학습의 기본은 "모방"입니다. 그 모방의 기본은 "소리모방"이죠. 모방할 소리가 없다면 제대로 된 언어학습이 어렵습니다.
리스닝을 지속하다 보면 "아, 이 표현은 원어민이 이런 정도의 리듬과 소리로 발음하던데~" 같은 감이 생기게 됩니다. 그런 감이 생기며 리딩을 하게 되면 보다 효과적인 리딩 학습이 됩니다.
4. 자주 사용되는 어휘를 구분하게 함
초급 단계에서는 대부분의 기본 단어를 모두 익혀야 합니다. 그런데 단계가 올라가면서 어떤 단어를 어떻게 익혀야 할까요?
영어 단어는 지속적으로 익혀야 하지만 대부분 학습자는 시간이 많지 않기에 되도록 자주 사용되는 단어를 익히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책보다는 리스닝에서 흔히 사용되는 단어, 표현을 접할 확률이 큽니다.
게다가 책을 쓰는 작가들은 같은 어휘 반복을 피하려고 다양한 단어를 쓰곤 하는데 이것은 다양한 단어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반면 어떤 단어를 먼저 익힐 지에 대한 혼란을 줄 수 있습니다.
뉴스 리스닝을 제외한 대부분 리스닝에서는 원어민들이 흔히 사용하는 표현을 접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리스닝을 통해 흔히 사용되는 단어를 접하면 리딩에서도 어떤 단어를 먼저 이해하고 익혀야 하는지 알 수 있게 됩니다.
* 자신의 리스닝, 리딩 실력 체크
리스닝 실력과 리딩 실력을 동시에 체크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온라인 글이나 원서를 펼쳐 영문을 소리내 읽어보는 것입니다.
리스닝에 익숙하지 않은 학습자들은 자신의 발음을 듣고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며 리딩에서 직독직해가 되지 않는 학습자도 이해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소리로 영어를 이해하는 리스닝 실력과 영어식으로 문장을 받아들이는 능력이 함께 향상될 때 스스로 읽은 것을 바로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 맺음말
원어민은 살면서 말하기, 듣기, 쓰기, 읽기 중 어떤 것을 가장 많이 할까요? 아기가 말을 하기 전 쉴 새 없이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영어가 사용되는 외국에서 생활할 때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리스닝입니다.
리스닝은 다른 학습에 비해 간과되기 쉬운데 영어학습에서 높은 단계로 가기를 원한다면 절대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해가 되지 않아 리스닝 학습이 부담으로 느껴지곤 하는데 나중에는 리스닝이 쉽고 즐거운 학습 분야가 될 것입니다.
현재 어떤 학습 단계이든 리스닝을 "공부"가 아닌 "습관"으로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습관은 가까운 미래에 다양한 영어 컨텐츠를 즐길 수 있는 능력을 선사할 것입니다.
Effort First, Then Metho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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