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영어를 5년 넘게 배워 왔는데, 원어민을 만나니 거의 못 알아 듣겠더라고요. 나참 황당해서 . . ."
영어를 배우며 만나게 된 친한 지인분으로부터 수 년 전에 들었던 이야기입니다.
본 포스트에서는 한국에서 영어를 배우는 중, 상급 학습자와 외국에서 생활하는 학습자들에게 도움될 만한 리스닝 학습의 기본과 팁을 이야기합니다.
5년을 넘게 공부했는데 왜 . . .?
한국에서 직장을 다니며 5년 이상 영어공부를 한다는 것은 분명 도전적인 일입니다. 누구에게나 가능하지만, 누구나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죠. 5년 이상 한국에서 실용 영어를 배웠다는 것은 그만큼 영어에 익숙해 졌음을 의미합니다. 5년 전과 비교해 상당한 실력 차이를 만들게 되죠. 그럼에도 외국에서 생활한 것과 비교한다면 한국에서의 5년이 영어가 사용되는 국가에서의 5년과는 분명 다릅니다.
한국에서 5년을 공부했다고 해서 외국에서 영어를 매일 듣고, 말하고, 접하며 보낸 5년과는 차이가 있는 것입니다. 게다가, 올바른 학습 방법을 선택하지 못한다면 5년 학습의 결과는 생각보다 더 낮은 수준일 수 있습니다.
코리안잉글리쉬의 다른 포스트에서도 거론한 적이 있는데요, 학습 기간, 특히 년수는 이야기하기에는 좋지만 실질적인 학습 결과의 잣대가 되기는 어렵습니다. 하루 투자되는 학습 시간이 얼마인지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랜 기간 학습을 했음에도 특정 분야에서 기대만큼 실력 향상을 얻지 못하는 첫 번째 이유는 그 기간 동안 투자된 실질적인 학습 시간이 적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학습 환경과 실제 언어 사용 환경간의 차이에서 생기게 되죠.
리스닝에 할애된 시간
하루 2시간씩, 5년간 학습하는 것은 얼마나 도전적인 과제일까요?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상당히 도전적인 과제일 것입니다. 더욱, 기가 막힌 사실은 매일 2시간씩 5년간 학습해도 기초 단계에서 상급 단계로 가긴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매일 2시간씩 5년간 수영을 한다면 어떤 실력을 갖게 될까요? 선수들을 제외하고 수영을 할 줄 아는 사람들의 탑 클래스에 들어갈 것입니다. 그런데 영어는 그렇지 않습니다.
좀 더 세부적으로 보면, 만약 하루 2시간을 영어학습에 투자한다고 할 때, 그 중 얼마나 리스닝에 할애할 수 있을까요? 30분? 1시간?
현실적으로 1시간을 리스닝에만 할애하기는 쉽지 않지만, 설사 1시간을 투자했다 하더라도 5년이면 고작 2,000 시간도 안되게 됩니다. 2살 아기의 리스닝 노출시간에도 못 미치는 것입니다.
성인이고, 이미 학습한 단어, 표현, 문법들이 있기에 2살 아기보다는 훨씬 나은 리스닝 실력을 갖게 되지만, 영어가 실질적으로 사용하는 환경에 비한다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 됩니다.
한국의 영어 학습 환경
리스닝 투자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한국의 학습 환경은 학습자로 하여금 또 다른 착각을 하게 만듭니다.
소위, "귀가 뚫린다" 라고들 표현하는데요, 영어가 어느 정도 들린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원어민 강사들은 비교적 천천히, 또박또박 말을 하기 때문입니다. 관용 표현이나 슬랭을 잘 쓰지 않는 것도 학습자 입장에서는 이해가 쉽게 돕는 상황이고요.
이렇게 원어민 강사의 강의용 대화 속도와 표현 방식에 리스닝 실력을 맞추다 보면, 원어민의 실제 대화는 또 다른 큰 장벽으로 다가오는 것이 당연합니다.
무엇이 안 들리는 것인가?
잠시 저의 리스닝 실력을 놓고 이야기 할까 합니다.
저 역시 한국에서는 오랜 기간 영어학습을 해 오고, 강의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안 들리는 부분들이 적지 않게 있습니다. 제가 놓치는 부분, 다시 들어도 들리지 않는 부분은 어떤 부분일까요? 무엇이 안 들리는 것일까요?
1) 단어를 모르는 경우
부연 설명이 필요 없겠죠?
어떤 리스닝 자료를 들으면서 전체적인 내용을 잘 쫓아가고 있다면, 중간, 중간 모르는 단어가 있어도 전체적인 이해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하지만, 주제도 생소하고, 생소한 단어들이 많다면 이해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게 됩니다.
2) 관용 표현, 슬랭
대부분의 한국 학습자들에게는 관용 표현 학습이 추천되지 않습니다. 투자되는 학습 시간이 적고, 익혔어도 사용하거나 자주 접할 기회가 없어 쉽게 잊혀지기 때문입니다. (물론, 외국에서 생활하는 경우는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원어민들의 대화에서 관용 표현이나 슬랭이 많이 나온다면 이해의 폭이 좁아지게 됩니다.
보통 이런 리스닝 자료는 팟캐스트의 코미디 채널이나 TV의 코미디 토크쇼들이 그런 편입니다.
전체적인 내용은 쫓아가는 편이지만 순간순간 명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표현들을 접하게 되죠.
3) 아는 단어, 아는 표현이지만 빠르게 발음되는 경우 (연음)
" -타까워 -칠 지경이야~ "
어려운 상황에 처한 친구를 이야기 하는 도중 상대방이 위와 같이 중간중간 한 글자씩 빼고 말했습니다. 그래도 우린 이해할 수 있을까요?
제가 글로 표현해서 좀 더 어렵게 느껴질 순 있지만, 대화상에서는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바로 "안타까워 미칠 지경이야~" 가 되겠죠.
만약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에게 " -타까워 -칠 지경이야~" 라고 말하면 알아듣게 될까요?
대부분의 외국인들은 못 알아 들을 것입니다.
영어 사용 원어민들이 한국어 형태처럼 한글자씩 빼고 발음할 순 없겠지만, 단어의 강세와 표현의 억양에 따라 때로는 약하게 들리거나 안 들리기도 하고, 아예 발음을 제대로 하지 않고 넘어가는 부분도 많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 상황에서는 오랜 기간의 언어 사용 습관에 따라 빠르게 유추를 해야 하는데, 아직 저에게도 그런 유추 능력이 완전히 자리잡진 않은 것입니다.
나중에 스크립트를 보게 된다면, 어려운 단어가 없었음을 발견하고 허탈해지곤 하지만, 이 역시 학습 과정에서 발견되는 흔한 상황인 것입니다.
4) 아는 단어지만 발음을 모르는 경우
오랜 기간 학습으로 저에게 많이 생기는 경우는 아니지만, 많은 학습자들에게 해당되는 경우입니다. 스스로 두뇌에서 생각하던 단어의 발음과 실제 원어민의 발음이 다른 것입니다. 한국에서 눈으로 영어를 배워온 학습자들은 대부분 느끼게 되는 리스닝의 어려움 중 하나입니다.
저의 경우에는 오히려 반대 상황이 일어나곤 합니다. 모르는 단어여도 발음을 통해 대략 단어의 철자를 떠올릴 수 있는데 그 의미는 모르는 것이지요. 이런 경우에는 예상한 철자로 인터넷 사전을 찾아 봅니다. 철자가 맞는 경우도 있고 맞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요, 약간 틀리는 경우에는 친절한 인터넷이 "*** 단어로 찾으시겠습니까?" 라고 안내를 하죠. 이런 식으로 리스닝을 하면서 종종 단어를 익히곤 합니다.
* 중, 상급자를 위한 리스닝 팁
자, 이제 중, 상급자를 위한 리스닝의 기본과 팁을 전하겠습니다.
리스닝 학습 팁 1. 일상을 영어의 음악으로 뒤덮으라.
영어 학습을 시작할 때는 이유가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리스닝 학습에서는 이유를 찾지 말아야 합니다. 너무 중요하기 때문이죠. 듣고, 또 듣고, 자기 전에 듣고, 자다가도 듣고, 일어나서 듣고, 걸으면서 듣고, 서서 듣고, 누워서 듣고, 물구나무 서서 듣고 . . . .
영어 말하기, 문법, 어휘, 모두 중요합니다.
하지만, 실용 영어 학습에서 리스닝이 되지 않는 언어 습득은 세상을 살아가며 물과 불 중 하나만을 선택하는 것과 같습니다. 거의 의미가 없는 것입니다.
구체적인 방법 이전에 영어의 소리와 리듬, 억양으로의 끈질긴 노력이 필요합니다.
리스닝 학습 팁 2. 망원경 훈련과 현미경 훈련
리스닝 학습에 있어서는 망원경 훈련과 현미경 훈련이 모두 필요합니다. 망원경 훈련은 전체 내용을 이해하며 쫓아가는 리스닝 훈련이며, 현미경 훈련은 세부 사항을 잡아내는 훈련입니다.
리스닝 실력 향상을 위해서도 두 방향이 필요하지만, 리스닝을 하는 주변 여건이나 환경에 따라서도 좀 더 적절한 훈련법이 있게 됩니다.
만약 샤워 중 리스닝을 하고 있습니다. 물 소리에 100% 명확히 영어가 들리지 않는데 망원경 훈련으로 전체 내용을 쫓아가는 것이 가능할까요? 제 경험으로 보면 어렵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부분부분 잡아내는(이해하며 넘어가는) 현미경 훈련이 필요합니다. 아는 표현을 들었다면 입으로 말해보는 쉐도잉 훈련을 함께 해도 좋을 것입니다.
이와 같은 현미경 훈련은 전체 내용을 이해하지 못해도 영어 표현이나 문장 구조를 익히고 (쉐도잉을 한다면) 발음 훈련에 도움이 됩니다.
리스닝 학습 팁 3. 거북이 훈련과 치타 훈련
걷기가 우리 건강에 도움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걷기를 계속하면 달리기도 잘하게 될까요? 해본 적은 없지만, 아마도 어려울 것입니다. 전체적인 건강에 도움되는 걷기 운동이지만, 달리기에서 필요로 하는 근육과 순발력을 제대로 키우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영어 리스닝 훈련도 마찬가지입니다. 때로는 속도가 빠른 리스닝 훈련이 필요하고 때로는 내용을 상세히 이해할 수 있는 느린 혹은 일반적인 리스닝 훈련도 필요합니다.
빠른 리스닝 훈련을 위해서는 빠른 대화가 진행되는 리스닝 자료를 선택해도 좋고, 팟캐스트를 1.2 배, 1.3 배 속도로 듣는 것도 훌륭한 학습 훈련이 될 것입니다.
리스닝 학습 팁 4. 집중, 주목, 관심
잠자기 전, 낮에 들었던 자동차 소리, 오토바이 소리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그렇다면, 눈 앞에서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부딪쳐 사고가 나는 상황에서의 소리는요?
아기와 아이들의 집중력은 마치 블랙홀의 힘과 같습니다. 그렇기에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언어를 익혀가는 것이죠.
많은 시간을 리스닝에 할애하는 것 외에 꼭 기억해야 할 것은 리스닝을 지나가는 차 소리 정도로 지나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내용이든, 단어나 표현이든, 아님 소리나 발음이든 관심과 주의를 기울일 때, 그것이 내 두뇌에 조금씩 조금씩 쌓이게 됩니다.
리스닝 학습 팁 5. 일부다처제, 일처다부제
초급 단계에서는 2~3명 정도의 원어민 목소리(원어민 강사든, 방송이든, 오디오 자료든)에 우선 익숙해지는 것이 좋습니다. 중급 이상 단계로 가면서는 다양한 원어민들의 음성을 듣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이렇게 다양한 원어민들의 음성을 듣더라도 일정 기간 지속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입니다.
이렇게 다양한 원어민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좋다는 것은 다양한 학습 자료를 이용해도 좋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라디오, 팟캐스트, 유투브, 원어민 강사, 영화, 미드 등.
이해도가 점점 올라갈수록 리스닝 학습은 어렵고 부담스러운 학습이 아니라 취미 생활의 일부, 즐거움의 일부로 여겨질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리스닝 학습 팁 6. 다른 분야 학습
6번째 팁이지만, 꼭 잊어서는 안 되는 팁 중 하나입니다.
리스닝 실력 향상은 영어의 소리에 익숙해지는 것 뿐 아니라, 다양한 표현, 문장 구조, 문법 등의 지식을 쌓아감을 의미합니다.
리스닝 실력이 표현력 향상, 문장 구조 습득, 문법 이해에 도움이 되지만, 반대 방향으로의 노력도 꼭 필요한 것입니다.
리스닝 학습 팁 7. 빠른 리딩
빠른 리딩은 리스닝을 위한 준비 학습이 될 수 있습니다. 리스닝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도 한 문장 이해에도 시간이 부족한데 그 다음 문장이 바로 또 나오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이해의 속도를 늘리는 것은 리스닝 훈련 자체로도 가능하지만 빠른 리딩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리딩은 가능하면 소리내 읽으며 진행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며, 소리를 낼 경우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면 눈으로라도 빠르게 이해하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맺음말
원어민, 준원어민, 영어강사, 유학생, 이민자 , , , 모두가 영어를 배우며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하게 되는 것은 리스닝입니다.
영어를 본격적으로 배우기로 결정했는데 리스닝 학습을 하지 않는다?
외발 자전거 타기를 하는 것과 같습니다. 앞으로 갈 순 있지만 필요한 속도로, 다른 사람들과 보조를 맞추며 나가긴 힘들죠.
기술 덕분에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쉽게 리스닝 자료를 구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수 초면 바로 접근할 수 있죠. 이 기술의 도움을 잘 이용해 영어의 양대 산맥 중 하나인 리스닝 산맥을 정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전진해야 합니다.
Effort First, Then Metho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