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학습 과정은 장기간의 노력이기에 도중 방향을 잃거나 열정, 동기가 떨어지는 상황이 종종 발생합니다. 항상 excited, passionate 한 상태로 학습을 진행하면 좋지만, 영어학습도 우리 신체 바이오리듬처럼 올라가는 때와 내려가는 때가 있습니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학습자가 학습 도중 방향을 잃거나 자신의 학습 방향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때 도움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영어학습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투자되어야 원하는 만큼 실력을 얻는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사실, 알지만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진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부분들을 생각해 봐야 앞으로의 학습 방향을 올바르고 효과적으로 가져갈 수 있을까요?
아래 7가지 팩트들을 통해 생각해 보겠습니다.
1. 상대방(원어민)이 어떤 표현을 쓸지는 알 수 없다.
한국어도 그렇지만 영어도 같은 상황에서 여러 표현을 쓸 수 있습니다. 흔히 들을 수 있는 인사만 해도 10개가 넘죠.
어떤 상황에서, 어떤 주제로 대화를 하는데 원어민이 어떻게 표현할지 모른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학습자들에게 리스닝은 "감으로 쫓아가는 것" 입니다. 표현에 따라 각 단어들을 명확하게 캐치할 수도 있지만, 많은 상황에서 "이 원어민이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가 학습자들이 갖는 생각입니다.
이렇게 리스닝시 감으로 이해한다는 것은 학습자에게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지만, 반대로 원어민이 어떤 표현을 어떻게 쓸지 모른다는 것은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그래서 학습자들은 원어민이 말하는 첫 한 마디를 이해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야기가 지속되면 거론되는 주제를 알 수 있어 "감으로 쫓아가는 것"이 수월해지는데, 처음 원어민의 입에서 나오는 표현을 순간적으로 잡아내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습니다.
이렇게 원어민이 어떤 표현을 어떻게 쓸지 모른다는 것은 리스닝 훈련에 엄청난 시간을 쏟아야 한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그렇다고 리스닝만 해서는 안 되고 다른 학습들을 진행하며 시간 날 때마다 리스닝을 해야 합니다.
주제가 방대하기에 초, 중급 단계에서는 일상 주제와 관련된 리스닝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 글을 쓰는 저 역시, 지난 10여년간 다른 분야(말하기, 읽기, 문법, 글쓰기 등)에서 영어를 접하지 않은 날은 많았지만, 영어를 아예 안 듣는 날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것이 언어 학습의 기본이고, 그것이 원어민들의 언어를 이해하는 기본이기 때문입니다.
2. 일상에서 사용하지 않기에 잊혀지는 표현이 많다.
여러분처럼 저 역시 지난 학습 과정에서 여러 학습서를 사곤 했습니다.
하지만 학습서의 1페이지부터 끝까지 학습한 경우는 손꼽을 정도죠. 그래도 대부분 학습서를 어느 정도는 본 편인데, 학습양이 현저히 떨어지는 학습서도 있었습니다.
수 년 전에 샀던 미국인 저자가 쓴 관용표현(이디엄)에 대한 학습서입니다.
이 학습서는 미국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관용표현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하루 종일 일상에서 영어를 사용하지 않는 저에겐 과한 학습서였죠.
이유는 학습을 해도 사용하지 않고 자주 들을 수 없어 잊혀지는 표현들이 많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현재 미국에 살고 있고 일상 대화를 하는데 별 무리가 없는 상급 학습자라면 이 같은 학습서가 도움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 있으면서 영어를 하루 1~2시간 접하는 학습자라면 이 같은 학습서는 훗날로 미루는 것이 좋습니다.
한국 학습자들이 영어를 배워 가까운 미래에 영어로 대화할 사람들은 미국인이나 영국인이 아닌 외국인일 경우가 많습니다. 또 비즈니스 상황에서는 빨리 떠오르는 쉬운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기에 원어민들이 쓰는 관용표현은 쓸 기회가 없거나 대화에서 떠오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점을 생각하면 원어민들이 흥미롭게 사용하는 관용표현들을 익히기에 앞서 쉬운 표현을 빨리 떠올리고 응용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우선이 됩니다.
3. 수도 없이 많이 나오는 표현, 문법이 있다.
영어 표현 중에는 분석 없이 외우는 것이 나은 표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학습을 거듭하며 "표현의 증폭 효과"를 얻고자 한다면 끊임 없이 나오는 단어, 표현, 문법들은 깊이 있게 이해하고 익히는 것이 좋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전치사 of, to, over 등이며, 문법에서는 관계대명사, to 부정사, 현재 분사 등입니다.
단어로 보면 get, have, make 와 같은 동사들은 쉬운 듯 보이지만 쓰임새가 워낙 다양해 한번에 익히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원어민의 일상 대화에서 수도 없이 나오는 것들입니다. 그만큼 쓰임새가 다양하고 대화에서 꼭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학습자 입장에서 이들을 잘 익히기 위해서는 다양한 영어 표현과 문장을 접하는 과정에서 이따금씩 이들을 깊이 있게 익히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들만 공부한다고 쉽게 이해하고 쓸 수 있는 것도 아니며, 그렇다고 계속 수박 겉핥기 식으로 접해도 이들을 제대로 이해하기는 어렵습니다.
» 참고글 : 끊임없이 보이지만 사용이 어려운 전치사 "of"
4. 실력 향상은 사용하면서 느낄 수 있는 것이다.
학창시절 얼마나 영어를 공부했는지는 . . . 시험에서 판가름 나죠?
실용 영어를 배우는 학습자가 실력 향상을 느끼는 것은 바로 영어를 사용할 때입니다.
사용하지 않으면 내가 무엇을 아는지, 무엇을 모르는지 알 수 없습니다.
'공부를 했으니 알 거야.' 라고 추측을 할 뿐이죠.
실력 향상을 느끼고 지속적인 동기를 얻기에 가장 좋은 것은 물론, 영어 대화입니다.
영어 대화는 매일 하는 것이 좋지만 한국에서 생활한다면 쉽지 않을 것입니다.
영어 대화를 하지 않을 때 영어 사용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좋은 대안은 바로 글쓰기입니다.
많은 학습자에게 글쓰기는 가장 어려운 학습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실용 영어를 배우는 학습자에게 가장 효과적인 학습 중 하나죠.
글쓰기는 어떤 형태로든 좋은데, 이런 목적을 위해 만든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 말하기 실력 향상을 위한 글쓰기 훈련 : 잉글리쉬펌프
5. 알고 있는 영어에 생각을 맞추는 것이다.
아기가 배가 고픕니다.
"엄마"
아기가 똥을 쌌습니다.
"엄마"
아기가 심심합니다.
"엄마"
언어를 배울 땐 알고 있는 언어 지식에 생각을 최대한 맞추어 표현을 하게 됩니다.
I love it. 이라는 표현을 익혔습니다.
원어민 친구가 새로 살 차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I love it."
원어민 친구가 준비하고 있는 파티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I love it."
원어민 친구가 여행을 좋아하는지 물어봅니다.
"I love it."
만약 우리가 한국어로 말했다면 각기 다른 대답을 보다 상세히 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영어로 알고 있는 표현이 I love it 이어서 대부분 상황에 그렇게 말한 것이죠.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영어를 배우는 것은 알고 있는 한국어에 영어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배운 영어에 한국어 사고를 맞추어 표현하는 것이다."
참 중요한 사실입니다.
"영어를 배우는 것은 알고 있는 한국어에 영어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배운 영어에 한국어 사고를 맞추어 표현하는 것이다."
이것은 영어를 배울 때 가능한 한 한국어 의역 대신, "직역"으로 익혀야 함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또, 영어로 대화를 할 때도 머리에서 자연스런 한국어 문장을 떠올리는 대신, 자신이 알고 있는 영어 표현에 스스로의 생각을 맞추어야 함을 나타냅니다.
익힌 표현이 많지 않을 때 한국어 문장이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입니다. 하지만 위 개념을 이해하지 못해 두뇌에서 한국어 문장만을 떠올리려 한다면 아예 영어가 나오지 않는 상황을 수시로 접하게 될 것입니다.
(성인으로서) 자연스럽게 떠올린 한국어 문장에 영어를 맞추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영어가 한국어 구조와 다르고 다음에 이야기 하는 "사고의 흐름"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6. 영어는 시작점이 다르다.
한국어와 영어가 다른 것은 여러 측면에서 볼 수 있는데, 그 중 가장 학습자에게 어려움을 주는 것은 서로 다른 사고의 흐름입니다.
단어, 표현을 익히고 문법 규칙을 배워갈 수 있지만, 성인으로서 최소 20년을 넘게 구축해 온 한국어식 사고를 바꾸는 일은 꽤 도전적인 일입니다.
이런 이유로 위에서 언급한 "직역 학습"이 의역 학습보다 더 도움되는 것이며, 그것이 영어적 사고 방식에 보다 빨리 익숙하게 해주는 방식이 됩니다.
다음 한국어 문장을 보세요.
"그런 이유로 그가 그렇게 했다는 것이 난 믿을 수 없어."
이렇게 자연스런 의역의 한국어 문장이 두뇌에 떠올랐습니다. 어떻게 영어로 옮겨야 할까요?
우선 가능하면 이렇게 문장을 떠올리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훈련과 학습을 통해서 가능할 것이고요.
한국어 문장의 시작은 "그런 이유로"인데, 이 문장을 영어로 옮길 때는 "난 믿을 수 없어" 가 문장의 시작으로 오기에 좋습니다.
시작점이 완전히 다르죠.
이 시작점을 찾는 일이 영어의 사고를 배우는 것이고, 우리가 패턴 영어를 배우는 것도 이런 영어의 사고에 익숙해지기 위함입니다.
가능하면 "직역"으로 학습하고, 두뇌에서 의역으로 문장을 떠올리는 대신 아는 영어에 자신의 생각을 맞추어 표현하려는 노력이 영어의 시작점을 보다 빨리 찾게 해 줄 것입니다.
7. 남는 것은 소리와 감, 그리고 친숙함이다.
어릴 적(20대) 캐나다 어학연수를 다녀 온 친구에게 했던 말이 기억납니다.
"xx야, 영어 해봐!"
한 마디도 못하더군요.
영어를 아예 몰라서가 아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였죠.
영어를 배우는 것은 구구단처럼 알고 있는 것을 나열할 정도로 익히는 것이 아닙니다.
오랜 시간 학습을 해도 자신이 무엇을 아는지, 무엇을 모르는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이것은 모국어 사용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상황이 닥치기 전까진 내 자신이 어떤 언어 지식과 능력이 있는지 알 수 없죠.
영어를 지속적으로 배우는 것은
첫째, 영어의 소리에 익숙해짐을 의미하는 것이며(음악을 여러 번 들으면 그 음에 익숙해지듯),
둘째,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다양한 상황에서의 미묘한 감을 익히게 되는 것이며,
셋째, 원어민들의 말 습관에 익숙해지는 것입니다.
어찌 보면, 가시화할 수 있는 것들보다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들이 두뇌에 남게 되는 것인데, 이것이 결국 언어 학습 과정이며 지식을 몸과 마음의 언어로 바꾸는 과정입니다.
단순히 눈으로 영어책을 보는 것은 지식을 쌓는 과정이며, 그것이 언어 학습 과정이 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다른 노력이 필요한 것입니다.
* 맺음말
여러분께서 본 포스트의 내용을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일지는 의문이 듭니다.
하지만, 영어학습 과정에서 "성공"하고 자신의 노력과 시간에 걸맞은 보상을 얻기 위해서는 위에 언급한 7가지 사실들을 이해해야 합니다.
어느 누구도 영어학습 과정의 결과물이 단순한 영어 지식이기를 원치 않습니다.
지식이 몸과 마음에 베어 어렵지 않게 사용할 수준이 되고 싶다면 위 부분들을 고려해 자신의 학습 과정을 효과적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쉽지 않은 과정, 그러나 가치 있는 과정으로 도전하는 여러분께 좋은 성과가 있기를 바랍니다.
Effort First, Then Metho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