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이 되고 나이가 들수록 믿었던 진실이 진실이 아닌 것으로, 또 거짓으로 여겨왔던 것이 진실로 뒤바뀜되는 순간들을 경험하곤 합니다.
영어를 배우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영어에 대한 진실과 거짓도 예외가 아님을 깨닫게 됩니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자신의 영어공부 패턴을 체크하고 평가하는데 도움될 10가지 진실을 이야기하겠습니다.
여러분이 모를 수 있고 알고 있어도 믿고 싶지 않은 10가지 진실을 보며 더 나은 영어공부 습관을 만드시길 바랍니다.
진실 1. 영어 이해에는 10분, 사용에는 10시간이 걸린다.
문법책을 열어 동명사편을 봅니다. 한국어로 쓰여진 핵심 내용을 읽다 보면 10분 안에 동명사가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가오는 주말 외국인 친구를 만날 기회가 생겼습니다. 기대했건만 2~3일 전 공부했던 동명사가 대화 시에 적용되지 않습니다.
'무엇이 문제일까?'
첫째, 하나의 문법 규칙은 문장 속에서 혼자 작동하지 않습니다. 여러 다른 문법 규칙과 맞물려 작동하게 되죠. 동명사만을 익혔다고 그것을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둘째, 눈으로 이해하는 동명사와 스스로 사용을 위해 떠올리는 동명사와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10분과 10시간.
비약일 수 있지만 익히는 것과 사용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문법 뿐 아니라 표현, 단어를 익힐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눈으로 익히고 외울 땐 오래 걸리지 않지만 실제 대화에 그것을 사용하려면 쉽지 않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단어, 표현 역시 단독으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국어 해석에 매칭시킬 수 있지만 그 어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문맥으로의 반복적인 노출과 실전 사용 시도가 필요합니다.
진실 2. 매뉴얼은 2차원, 작동은 3차원
(무선 자동차는 대니얼이 어릴적 무척 갖고 싶었던 것!) 무선 조종기로 작동하는 조립 자동차를 샀습니다. 매뉴얼에는 조립 방법이 나옵니다. 따라서 조립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드디어 완성! 조립한 장난감을 가지고 나가 조종해 봅니다. 직진으로 가야 할 자동차가 조금씩 옆으로 빗겨 갑니다. 조그만 돌을 만나니 막혀서 더이상 못 가기도 합니다. 비탈길에서는 바퀴가 미끄러져 헛돌기도 하죠.
'좀 더 비싼 조립 장난감을 샀어야 했나?', '어떻게 조종해야 똑바로 갈 수 있지?', '어떻게 튜닝해야 더 힘있게 갈 수 있지?'
스스로 하는 영어공부는 2차원입니다. 2차원에서 익힌 것을 3차원에서 활용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과 실수, 시행착오가 뒤따라야 합니다.
그래야 '아, 이럴 땐 이렇게 해야지' 라는 3차원 작동법이 생기게 됩니다.
진실 3. 감정과 경험이 연결되지 않으면 그것은 지식이다.
YouTube 는 재미 뿐 아니라 영어공부를 위해서도 좋은 동반자가 될 수 있습니다. 검색만 하면 영어공부를 주제로 한 영상은 쉽게 찾을 수 있으며 문법, 표현, 발음 등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배운 것을 그대로 놔두면 그것은 주입식 지식으로만 남게 됩니다.
두뇌에 담겨진 영어 지식은 실전에서 여러분의 감정 및 주변 상황(문맥, 경험)에 결합되어 작동할 때 언어로써 다져지게 됩니다.
추천 필수 표현을 배웠지만 자신이 그런 상황을 경험하지 않으면 단순 지식으로 끝날 수 있는 것이죠.
진실 4. 되도록 영어로 영어를 접해야 한다.
영어를 영어로 접해야 한다는 것은 장기적 측면의 제안입니다.
영어공부는 생각보다 많은 투자 시간 요구합니다. 학습자에게 시간 부족은 영어가 생각만큼 안 되는 주요 원인이죠.
이런 과정에서 적정 수준의 한국어 도움은 보약과 같은 효과를 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한국어보다 영어를 더 접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것은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고 올바른 식사 습관을 유지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렇다고 낮은 단계의 학습자가 모든 것을 영어로만 접하는 것도 좋은 방향은 아닙니다. 영어로 들어서 이해하기 힘든 필수 표현, 규칙들이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적정 수준에서 한국어의 도움을 받으며 공부하되, 장기적으로는 영어를 영어로 접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진실 5. 때로는 한국어로 깊이 들어가야 한다.
영어를 영어로 접하는 것은 장기적인 측면에서 꼭 필요한 부분입니다. (* 그런 이유로 저도 자기계발, 비즈니스 관련 책을 본다면 시간이 더 걸리는 영어 원서를 선택하곤 합니다.)
그럼에도 한국어 도움이 필요한 것은 우리 두뇌에 자리잡은 한국어가 영어공부의 매 순간을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도대체 왜 원어민은 이런 방식으로 말을 하는 거지?'
이것이 영어공부 시 수시로 떠오르는 질문입니다.
왜 한국어로는 "나는 너를 사랑해" 인데, 영어로는 "나는 사랑해 너를" 일까요? 왜 한국어로는 "가방에 들어가는 사람은 우리 아버지야" 인데, 영어로는 "그것은 우리 아버지야, 가방에 들어가는 것이" 일까요?
이런 것도 있죠.
of 도 "~에 관해", about 도 "~에 관해", 때로는 on 도 "~에 관해".
of, about 은 대화에서 수시로 나오는 단어인데 도대체 어떻게 구분해 써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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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영어와 한국어가 갖는 구조적 차이로 인해 때로는 그 표현 방식, 규칙, 사고의 흐름 등을 명확히 이해해야 합니다. 이럴 때 한국어 설명은 그 미묘한 차이와 어감을 이해하는데 도움됩니다.
성인 학습자가 외국에서 영어를 배우는 경우 영어 사용 환경에는 지속적으로 노출됩니다. 하지만 한국어와 영어의 구조적인 차이, 표현 규칙 등에서는 이해가 부족해 실력 향상이 생각만큼 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런 부분도 개선되지만 학습 단계가 낮거나 빠른 향상을 원하는 학습자라면 그런 부분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좋습니다. 한국어의 도움을 통해 말이죠.
진실 6. 외국에서 가장 많이 하는 것이 리스닝, 한국에선 가장 적게 하는 것이 리스닝
영어공부 측면에서 외국 생활이 가장 도움을 주는 부분은 리스닝입니다. 어디서나 영어를 듣게 되죠.
그런 환경은 스피킹에도 많은 도움을 주지만 스스로 피나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외국에서도 잘 늘지 않는 것이 스피킹입니다.
이에 반해 리스닝은 시간이 흐를수록 두드러지게 좋아지는 편입니다.
하지만 이것도 저절로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의도적으로 주의를 기울여 들으려 하지 않으면 영어가 소음으로 들릴 수 있습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귀를 쫑긋 세운다면 3차원 공간에서 원어민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분명 혜택입니다.
그래서 외국에서 영어를 배우는 경우 가장 많은 시간이 투자되는 것은 리스닝입니다.
반면, 한국 학습자들은 시간이 제한적이다 보니 많은 시간을 리스닝에 투자하긴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영어 표현을 지속적으로 익히면 리스닝도 적정 수준으로 향상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가질 수 있는데 적정 수준에서는 표현을 익히는 것도 리스닝 실력에 도움됩니다.
그럼에도 더 많은 양이 리스닝이 필요한 이유는 이것입니다.
우리가 의사 표현을 할 때는 떠오르는 하나의 방식으로 표현하면 그만입니다. "왜 이런 표현을 안 썼어?" 라고 말할 사람은 없죠.
그런데 상대방이 말을 들을 때는 그가 어떤 방식으로 말할지 예측할 수 없습니다.
"우리 아버지가 가방에 들어가셨어", "우리 아빠가 가방에 꼭꼭 숨었어", "우리 아버지가 가방에서 안 나오셔", "가방이 우리 아버지를 놔주지 않네" . . .
비슷하지만 다른, 표현의 다양성이 리스닝에 많은 투자를 해야 이유입니다.
진실 7. 30초 회화에선 문법 없는 영어가, 5분 회화에선 문법 있는 영어가 필요
"영어회화를 위해 영문법을 뒤로 하라"는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는 말입니다. 기초 단계 영어회화에서는 도움되는 방법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영어학습이 단순 취미 활동이 아니라면 30초 회화 가능을 목표로 삼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상황을 설명하고, 특정 주제를 토론하고, 비즈니스 문서를 작성하는 등의 수준을 목표로 잡을 것입니다.
그런 목표를 고려할 때, 영문법은 (특히 한국 학습자에게) 꼭 필요한 부분입니다. 영문법을 시험용 지식으로 배워왔던 것이 문제이지, 한국어와 다른 영어 습득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 영문법입니다.
진실 8. 학원 레벨과 실전 레벨은 다르다.
일반적으로 한국 학원에서는 약 2~3년이면 가장 높은 단계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실전 영어에서도 상급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학원 내 원어민 교사들과 어렵지 않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어도 일반 원어민과의 대화는 또 다른 수준이 요구됩니다.
10여년 전 경험을 떠올려 보면,
당시 학원을 다니고 있었는데 귀국하는 원어민 강사가 있어 송별 파티에 초대되었습니다. 한강 공원에 모인 이들은 학원에서 보던 강사들이었지만 대화 속도가 상당히 빨라 쫓아가기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한국인이 대부분이었다면 적정 수준으로 대화 속도가 맞춰졌겠지만 한국인은 저를 포함 두 명이 전부였습니다.
이 날 파티는 학원의 상급 레벨이 무색하게 된 의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좌절스러운 시간이었지만 그 경험은 또 다른 몇 년을 지속할 수 있는 불씨가 되었습니다.
(학원에서) 간혹 1~2년 공부한 학습자들이 영어에 익숙해졌다며 자족하고 영어를 소홀히 하는 경우를 봤습니다.
학원 영어와 실전 영어는 분명 다릅니다. 학원 영어에서 상급이어도 여전히 긴 여정의 초입부일 수 있습니다.
진실 9. 혼자 하는 영어에는 한계가 존재
독학에서도 나름 성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거쳐야 하는 과정과 효율 측면에서 보면 독학은 한계가 있습니다.
영어 지식을 얻기 힘들기 때문이 아닙니다. 얻은 지식을 어떻게 활용하는 지가 다른 사람의 도움을 통해 더 빨리, 효과적으로 배울 수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독학이 무의미함을 의미하는 대신 더 현명한 접근이 필요함을 의미합니다.
한편, 반대의 경우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 공부하는 노력 없이 모두 학원, 인강에 의지하는 것입니다.
이 역시 한계가 존재하는 학습 방향입니다.
영어를 제대로 배우려 한다면 적정 수준의 도움과 함께 스스로 학습하고 훈련하는 방법을 병행해야 합니다.
그것이 가장 비싼 비용, 내 "시간"을 걸고 하는 게임에서 승리하는 길입니다.
진실 10. 영어는 스타트업(Start-up) 기업과 유사하다.
열정과 투지, 가능성과 기회로 뭉친 스타트업 기업은 많은 에너지를 발산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합니다. 대다수 스타트업 기업은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성공의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지게 됩니다.
영어가 스타트업 기업과 유사한 것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많은 열정과 노력이 투자되어야 한다.
둘째, 일정 기간까지는 큰 혜택을 보지 못할 수 있다.
공부 초반부터 영어를 통한 수확이 있으면 좋지만 그런 상황은 흔치 않습니다. 영어공부가 "공부"로 느껴지는 시간이 어느 정도 지속되어야 비로소 영어를 통한 즐거움을 경험하기 시작합니다.
기억해야 하는 것은 매일 투자하는 시간이 적을수록 성과를 느끼는 순간이 멀어진다는 것입니다. 그러다가 아무런 소득 없이 그 동안의 투자가 물거품이 되기도 합니다. 스타트업 기업처럼 말이죠!
* 맺음말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고 하지만 누구나 성공하지는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삶에는 다양한 가능성이 존재하지만 그 가능성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적지 않는 노력과 끈기가 필요합니다.
시험 영어든, 실용 영어든, 학교 영어든, 학원 영어든 . . .
영어를 배우기 위해 이런 저런 노력을 하는 사람은 많습니다. 모두에게 가능성은 있습니다.
하지만, 11번째 진실이 있습니다.
모두가 영어공부에서 원하는 것을 얻지는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만들어 놓은 삶이 있기에 여러분이 다른 누군가가 될 수는 없습니다.
여러분은 여러분 버전으로 자신이 원하는 만큼의 영어를 구사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보다 강한 열정과 투지로 한 스텝, 한 스텝 나아가야 합니다.
영어학습이든, 삶이든 성공은 어렵지만 보상이 따르기에 도전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Effort First, Then Methods.